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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완성되는 나만의 인테리어
  • Post By. Devotee (ip:)
  • 작성일 2016-02-17
  • 조회수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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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완성되는 나만의 인테리어

풍경을 넘나드는 이층집



우리는 지금 빛과 동거중





 

이상 기온이라고 했다. 유난히 눈 소식에 야박한 올겨울을 두고 하는 소리다. 요즘처럼 눈을 손꼽아 기다린 적이 언제였더라.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어쩐지 조금 야속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통창 가득 바깥 풍경을 품은 이 집을 처음 본 순간, 소담스레 눈이 쌓여 있다면 그림같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생각은 이내 욕심이 되었고 그렇게 여러 날이 흘렀다. 초록이 솟는 춘삼월 다시 들러볼까 다짐하며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웬걸, 거기에는 한 철 눈 대신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빛’이 반기고 있었다.

 

삶을 술회하는 또 다른 방식

프리미엄 수제 도시락 전문점 ‘테이블 스푼’과 ‘과수원 집 딸’ 등 차별화된 식문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스키친의 한선형 대표는 호텔 라운지와 같은 다이닝 공간을 원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한 끼를 즐기는 것은 기본이요, 점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소화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대학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남편을 위해 온전한 쉼의 기능도 필요했다. 설계를 맡은 디아키즈는 한 대표의 이러한 바람을 염두에 두고 ‘멀티 기능’이라는 해법을 제안했다. 총면적 205m²의 이층 주택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것. 넘나드는 공간은 서로의 기능이 배가되거나 의도치 않아도 또 다른 성격의 공간을 탄생시킨다는 믿음에서였다. 지난해 6월 입주했으니 꼬박 반년 남짓. 넓은 주방과 메인 식탁이 만나는 마당의 바비큐 공간은 훌륭한 파티 룸으로, 따듯한 느낌의 거실은 바비큐 공간과 어우러져 리조트와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하 공간에 대한 필요성도 거론되었지만 채광이라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었어요.”
공간을 보면 머무는 이가 보인다. 따스하게 달궈진 볕과 함께 미소를 동반한 대화가 리드미컬하게 번지는 집. 하얀 접시 위에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내어놓듯, 단순하게 꾸민 공간은 그렇게 꼭 필요한 것만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했다.










1 기다란 원목 식탁 너머 잎을 떨군 나무가 보인다. 외벽을 통창으로 마감한 후 활엽수를 둘렀는데, 이것이 천연 ‘담’ 역할을 해준다. 자연스레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한편 여름에는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부피가 줄어 짧아진 해를 최대한 집 안으로 들인다.

2 한선형 대표의 감각을 엿볼 수있는 주방.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양념통이며 주방 살림은 빌트인 시스템을 활용해 수납했다. 매끄러운 재질까지 통일해 더욱 깔끔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3 거실 소파에서 바라본 야외 바비큐 코너. 미닫이문으로 안과 밖의 경계를 규정짓지 않았다. 소규모 가든파티는 물론이거니와 봄이 되면 온전히 광합성을 즐기며 책을 읽기에도 그만이다.

4 옥외 공간은 일반적인 마당이 아닌 공간을 살짝 띄운 가벽을 이용해 중정 형태로 구성했다. 실내가 확장되면서도 야외의 느낌을 반영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마련한 것.

5 가로로 긴 거울을 활용해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 것은 물론 바깥 풍경을 담아 매일 다른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끔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1층 풍경. 이 집은 층별로 철저히 기능을 분리했는데 1층은 주방과 거실, 2층은 부부의 침실과 두 딸의 방으로 꾸몄다. 2층의 기다란 복도 끝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책장을 놓아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ㄱ자 패브릭 소파를 놓아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면서도 편안한 거실을 연출했다.

 

이유 있는 여백
이 집에는 없는 게 3가지 있다. 책과 거실용 대형 TV, 가족사진이다. 한 대표는 이사를 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살림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필요한 이에게 나눠주고 일부는 버리고 꼭 필요한 나머지는 사무실에 두었다. 심지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남편과 두 딸의 책을 정리하는 일은 수일에 걸쳐 진행했다.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그에 따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제 아이들도 다 자라 필요 없는 책이 훨씬 많거든요. 물론 미련이야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비워야 채울 수 있잖아요. 그건 물리적으로 채우는 게 아니라 그럼으로써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죠.”
가족사진도 마찬가지다. 마치 공식처럼 거실이나 각자의 방에 걸어놓은 사진이 때로는 인테리어를 해치는 요소가 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물론 공간에 맞게 잘 데커레이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친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거다. 잘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이는 전체적인 공간 구성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1층의 경우 현관과 계단, 욕실, 세탁실을 한데 묶어 메인 공간과 분리하고 거실, 주방, 식공간은 통합해 한 덩이리처럼 확대한 이유다. 공간에도 살림에도 강약을 두어 정말 필요한 가치에 집중하고 투자한 것이다. 삶이 바뀌면 사는 공간이 바뀌게 마련이다. 이는 뒤집어도 그럴싸하게 성립하는 공식이다. 실제로 다소 단순하게 연출한 공간 덕에 물건을 찾느라 낭비하는 시간이 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여백을 한껏 살려내 심리적으로도 한결 여유로워졌다는 고백이다.







1 2층으로 올라가는 벽은 온전히 스크린으로 활용한다. 어스름한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아 철 지난 영화를 보며 담소를 나누는 것은 이들 가족의 일상이 되었다.

2 빛이 만들어내는 한가로운 오후 풍경. 현관 앞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무리가 공간에 표정을 더해준다. 투명한 빛과 그림자의 들고남이 단순한 흰색 벽을 시시각각 입체적으로 변하는 아트 월로 변모시킨다.

 

단순한 컬러와 입체적 구조

모노톤의 깨끗한 색깔이 지루하지 않게 녹아 있는 건 이 집의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군데군데 열려 있는 작은 창, 방과 방의 리드미컬한 동선, 열리고 닫히는 시야의 확보. 거기에 문과 창의 프레임, 파티션으로 변화를 주었다. 2층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재미있는 건 두 딸의 방을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위트 있게 연출한 것. 동일한 디자인의 장식장과 테이블, 침대 심지어 작은 스탠드와 인형까지도 똑같이 배치했다. 나란한 두 방은 파우더 룸을사이에 두고 미닫이문으로 연결했는데, 공동 공간을 가운데 두고 각자의 독립실을 완벽히 마련한 셈이다.
“오래전 집을 지을 뻔한 적이 있어요. 그땐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으려고 해 역효과였죠. 이 집은 그만큼 비싼 수업료를 내고 완성한 결과물이에요. 조금 내려놓고 비우면서 유연하게 채운.”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흰색을 기본으로 하고 통창을 사용하는 과감한 선택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창이 많으면 가장 먼저 단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하지만 이들 가족은 경험상 원하는 한 가지를 완벽하게 얻기 위해서는 때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얼마나 준비하고 점검해야 하는지도. 다행스럽게도 걱정은 기우였고 난방비도 훨씬 줄었다. 한 자락의 웃풍을 허락하지 않은 건 처음부터 이를 고려해 설계하고 소재나 마감에 철저히 신경 썼다는 방증이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신영복 교수는 고백했다. 감옥에서 그를 버티게 했던 건 ‘햇볕’이었다고. 한겨울 북서향의 동굴에서 하루 두 시간쯤 쬘 수 있는 선물로 그 시간을 버티었다고 말이다. 인터뷰 내내 우리는 자연광과 한 끼의 식사가 주는 원초적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것을 공간의, 삶의 동력으로 삼는 방법에 관해서도. 작고 사소한 것, 늘 거기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것. 뜬금없는 말이지만 이런 것과의 동거가 우리를 살게 한다.







1 똑같이 닮아 있으면서도 두 딸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화룡점정은 놓치지 않았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는 첫째 딸의 방에는 패브릭을 두른 보디 하나, 발레를 하고 있는 둘째 딸의 공간에는 낡은 토슈즈를 놓아 각방의 주인을 센스 있게 드러냈다. 왼쪽에 공동으로 쓰는 파우더 룸이 보인다.

2 부부의 침실 문은 독특하다. 천고까지 이어지도록 높게 제작해 공간이 더 커 보이게 하면서 여닫이문으로 클래식함도 더했다.

3 파란 하늘이 보이는 옥상 입구. 여기에도 다이닝 공간을 마련해 야외에서 충분한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아직은 을씨년스럽지만 날이 풀리면 다양한 초록 식물로 꾸밀 예정이다.

4 부부 침실에서 바라본 2층의 모습. 1층에서 2층으로, 거기에서 다시 옥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정면에 창을 내고, 천장에도 부분적으로 창문을 만들어 빛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게 했다.

5 쓸데없는 공간을 구획하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속에 여백을 즐기고자 설계한 집이다 보니 가족 구성원의 방이 전부. 만약을 대비해 손님을 위한 게스트 룸을 마련해두었다.

6 1층의 바비큐 코너에서 올려다본 하늘. 밖에서 보면 마치 성냥갑 같은 구조지만 안에서는 중정과 같은 한 뼘 하늘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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